홍성담 화백이 세월호 참사와 5.18항쟁을 연계해 그린 <세월오월> 작품.
‘최순실 게이트’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홍성담(61) 화백의 박근혜 대통령 비판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.
윤장현 광주시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“당시 문체부 김종 전 2차관한테서 한 번 전화를 받았다”며 “(김 전 차관의 전화 통화 내용은) ‘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예산이 들어가는 일에 (<세월오월>작품이 걸리는 것이) 적절한지에 대한 것’이었다”고 밝혔다. 홍 화백은 2014년 9~11월 열린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작가로 선정돼 <세월오월>(가로 10.5m×세로 2.5m)을 출품할 예정이었으나, 박근혜 대통령 등을 풍자한 내용 때문에 그 해 8월 전시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. 윤 시장은 ‘(김 전 차관과의 전화 통화가) 홍 화백의 작품 전시 철회로 이어졌느냐?’는 질문에 대해 “영향이 있었다고 본다. 예산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,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도 (앞두고) 있었고…”라고 해명했다. 홍 화백은 2014년 8월 애초 작품의 왼쪽 상단에 박 대통령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했다. 광주시는 “홍 화백의 작품은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등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”며 홍 화백을 해촉할 것을 지시했다. 홍 화백은 박 대통령 형상을 허수아비에서 닭의 모습으로 바꿔 작품을 다시 제출했지만, 광주비엔날레 재단 쪽은 전시 유보 결정을 내렸다. 당시 홍 화백은 “광주시가 요구한 대로 그림을 수정했는데, 이해할 수 없다”고 밝힌 뒤 작품을 자진철회했다.
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이던 윤 시장의 ‘때늦은 해명’에 비판적인 지적이 나온다. 홍 화백은 2014년 8월 “(<세월오월> 전시 문제를) 중재하러 나선 분들한테서 윤 시장이 ‘하여튼 <세월오월>은 걸면 안 된다’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절망감을 느꼈다”고 말한 바 있다. 윤 시장은 14일 “역시 그 역사를 꿰뚫어 보는 작가의 작업정신에 존경을 표한다. 정말 지금 생각하면 그 작품이 당당하게 걸렸어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. 그 시점에서 시정이 처한 현안이 있어서 돌파하지 못한 부끄러움이 있다”고 덧붙였다.
홍 화백의 작품이 특별전에 걸리지 못한 것은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라는 의혹도 최근 제기됐다. 최근
이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, 2014년 8월8일치 메모에 ‘홍성담 배제 노력, 제재조치 강구’라는 문구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라는 표시와 함께 적혀 있다.
홍 화백은 이날 <한겨레>와 한 통화에서 “윤 시장이 뒤늦게 ‘립서비스’만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. 광주시가 뒤늦게라도 <세월오월> 전시회를 연 뒤 윤 시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”고 말했다.
정대하 기자 daeha@hani.co.kr